개미의 논리(파레이드의 법칙)
경제이론에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이드가 생각해낸 80대 20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를테면 백화점에서 하루에 올린 매상을 100% 라 한다면 그 매상의 80%를 올린 고객은 그 백화점에 단골로 자주 드나드는 20%의 손님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숫자는 많지만 오다가다 들른 80%의 손님이 20%의 매상을 올린다는 것이 된다.
지금 100명의 세일즈맨이 올린 매상을 100%라 하자. 그 매상의 80%를 올린 것은 세일에 능란한 상위 20%의 세일즈맨이 올리고 나머지 20%의 매상고를 80%의 세일즈맨이 올린다는 것이다.
세일즈 세계뿐 아니라 적지 않은 세상사가 이 파레이드의 법칙에 준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하루종일 걸려오는 전화 분량의 80%는 전화를 자주 걸어오는 친근한 20%로부터 걸려온다. 자주 걸지 않은 80%의 사람이 나머지 20% 분량을 건다는 것이 된다. 지금 어느 한 교수가 강의를 한다 할 때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싶은 지식의 80%를 이해하는 학생은 그 강의를 들은 20%의 학생에 불과하다는 것이 상식이 돼 있다.
신문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도 보도하고 싶은 총 내용의 80%를 전반 20%에 몰아 쓰는 것이 관례다. 그래서 첫머리 20% 분량만 읽어도 내용의 80%를 알 수 있게 하며 또 편집하면서 뒷부분이 잘려나가도 뉴스를 전달하는데 별로 지장을 받지 않게 된다.
전투도 단위부대 전부가 용맹하길 기대하지 말고 그중 20%의 정예만 확보하면 강한 부대가 된다는 것이요, 기업도 모든 사원이 능력 있고 의욕이 넘치는 정예사원이길 기대하느니 20%를 정예화 하는 것이 기업발전의 첩경이라는 논리도 성립이 된다.
그렇다고 능률적이지 못한 80%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20%능률이 100%로 능률화된다는 법은 없다. 20%를 위해 80%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법칙의 '묘'인 것이다.
그 묘를 일본의 한 학자가 근면의 상징인 개미의 생태로 입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는 것 같은 일개미가 실제 일하는 것은 생활시간의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노는데 소비하고, 또 어느 한 개미집단에서 일하는 개미는 전체 개미의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집 근처에서 논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실험은 일하는 20%의 개미들만 모아 새 집단을 만들었더니 이중 80%가 다시 빈둥거리며 노는 개미군이 되었다는 점이다. 곧 80%의 '나태군'은 그들을 먹여 살리는 '근면군' 존립에 필요 불가결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생이나 경영에 많은 시사를 주고 있다 하겠다.
하지만 20%의 근면군으로는 기업의 발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국가도 역시 현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근면군을 80% 수준으로 끌어 올려 '파레이드의 법칙' 에도 예외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