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실험 : 가해자와 피해자 중 누가 스트레스를 더 받을까?
쥐들을 상대로 하나의 실험이 행해졌다. 낭시 대학 행동 생물학 연구소의 디디에 드조르라는 연구자가 쥐들의 수영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는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었다. 그 우리의 문은 하나뿐인데, 수영장으로 통하게 되어 있어서, 쥐들은 그 수영장을 건너야만 먹이를 나누어 주는 사료통에 도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실험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 것은, 먹이를 구하러 가기 위해 여섯 마리의 쥐가 다 헤엄을 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쥐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세 마리의 쥐가 헤엄을 쳐서 먹이를 구하러 갔다. 그 쥐들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자, 먹이를 빼앗는 두 쥐가 그 쥐들 중 두 마리를 때리고 머리를 물 속에 처박았다. 결국 애써 먹이를 가져 온 두 쥐는 자기들의 먹이를 내놓고 말았다. 두 피착취자는 착취자들이 배불리 먹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자기들의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착취자들은 헤엄을 치는 일이 없었다. 그 쥐들은 헤엄치는 쥐들을 때려서 먹이를 빼앗기만 하면 되었다.
한 마리의 독립적인 쥐는 아주 힘이 세기 때문에 착취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그 쥐는 착취를 하지도, 착취를 당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으로 천덕꾸러기 쥐는 헤엄을 칠 줄도 모르고 헤엄치는 쥐들에게 겁을 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쥐들이 싸울 때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이번에는 20개의 우리를 만들어 똑같은 실험을 했다. 20개의 우리에서 역시 똑같은 구조, 즉 피착취자 두 마리, 착취자 두 마리, 독립적인 쥐 한 마리, 천덕꾸러기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러한 위계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좀더 정확히 알기 위해, 이번에는 착취자 여섯 마리를 모아 한우리에 넣어 보았다. 그 쥐들 가운데 두 마리가 식사 당번이 되었고, 한 마리는 혼자 헤엄을 쳤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참아 내고 있었다.
착취자들에게 굴복했던 쥐들을 가지고도 똑같은 실험을 해보았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그 쥐들 가운데 두 마리가 왕초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실험에서 우리가 정작 음미해 보아야 할 대목은, 쥐들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서 희생시켜(죽여) 두개골을 열어 보았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가 바로 착취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착취자들은 피착취자들이 복종하지 않게 될까봐 전전긍긍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