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김준기씨(41). 그는 지난 10년 간 시간강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간강사가 그렇듯이 김씨도 늘 불안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기 중에는 16주 동안 수업을 하지만, 대학이 방학에 들어가는 두 달 동안은 실업자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한번 수업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다음 학기에 또 김씨가 학교에 출근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개학할 즈음에는 다시 학교와 협의해 수업을 따내야 하고, 만일 재계약에 실패하면 반년간 백수로 살아야 합니다. 실제로 김씨는 재계약을 하지 못해 두 번 정도 쉰 적도 있습니다.
그동안 학생들의 등록금은 두 배 이상 인상되었고, 교직원들의 봉급도 어느 정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시간강사의 시급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는 이유는 언젠가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달콤한 꿈에 젖어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간 현실과 타협한 친구들은 다른 직업을 알아보기도 하고, 또 현실을 견딜 수 없었던 누군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교수가 되어 자신을 믿어준 가족들에게 그간의 세월을 보상해 주리라 다짐하는 김씨지만, 한해 한해 나이를 먹을수록 불안한 마음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의 시급이 최소한 생활이 가능할 만큼만이라도 인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교과부,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하기로
앞으로는 김씨와 같은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가 좀더 나아질 전망입니다.
교과부는 종전의 시간강사 제도를 폐지하고,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및 사립학교법(이하 ‘고등교육법 등 일부 개정법률안’)을 11월 12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앞으로 대학 시간강사가 ‘교원’으로서 지위를 인정받고, 신분보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김씨와 같은 불합리한 시간강사 처우는 시간강사가 법률상 ‘교원’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일정한 기간이 아닌 학기 단위 채용에 따른 고용 불안,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평균 1,026만원의 연봉 등 그간 열악한 여건에 놓여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시간강사는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와 함께 교원에 포함되게 됩니다. 명칭은 시간강사가 아닌 ‘강사’로 바뀌며, 전임강사 다음의 교원지위를 취득하게 되는데요.
문제됐던 시간강사 처우 단계적으로 개선하기로
이와 함께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도 개선될 예정입니다.
먼저 국립대 시간강사의 시간당 강의료 단가를 올해 4만 2500원에서 5만 2500원으로 올리고, 2015년까지 9만 2500원에 도달하도록 매년 1만원씩 인상할 예정인데요. 교과부는 이를 위해 정부예산안 123억원을 확보해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립대의 경우는 적정 수준의 강의료를 부담하도록 기준을 권고하되 시간당 강의료를 매년 공시하도록 해 대학재정지원사업 등에 ‘강의료 최저기준 충족도’를 지표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이 밖에 연구비나 강당공동 연구실을 지원하고, 국립대에 근무하는 강사의 경우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보험료의 국고 지원 확대방안을 마련할 계획인데요. 교과부는 이번에 입법예고된 법률안에 대해 의견수렴을 거친 후 12월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관건이 되는 강사 임용은 학교의 장이 계약으로 하되 자격, 근무성적 등 능력에 따른 임용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강사 임용은 대학인사위원회의 동의를 비롯한 객관적인 심사 절차를 거치도록 임용 기준의 공정성을 확보할 예정인데요. 특히 임용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정해, 학기당 계약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희망 볼모로 한 일방적 희생이 아닌 최소한의 권리를
2009년 현재 전국의 시간강사는 약 75,000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규모면에서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74,320명)과 거의 비슷할 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대학강의의 36%를 전담하고 있어 대학교육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개정안은 기약 없는 ‘희망고문’으로 고용불안, 저임금에 시달리는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교수가 되지 못하면 그간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 아니면 도’식의 현제도를 벗어나, 최소한 시간강사를 하더라도 ‘생활’이 가능하며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개정법률안의 취지라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개정안을 시작으로 시간강사들에 대한 점진적인 처우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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